더블록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3순회 항소법원은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Coinbase)가 제기한 암호화폐 규제 요청을 거부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SEC의 기존 입장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고 지적하며, SEC에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다만, SEC에 암호화폐 규정 제정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SEC의 결정은 단편적이고 충분히 논리적이지 않다"며 코인베이스의 요청 일부를 인정하고, SEC에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동시에, 현재 단계에서 새로운 규정 제정을 명령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2022년 7월부터 SEC에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왔으나, SEC는 기존 규정이 암호화폐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023년 4월, 코인베이스는 S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규정 마련 요청에 대한 응답을 촉구했다. 그러나 SEC는 해당 요청을 거부했고, SEC 의장 게리 겐슬러는 암호화폐 시장은 기존 자본시장 대비 규모가 작아 새로운 규제를 마련할 필요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자원 배분은 행정기관이 사법적 검토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SEC의 자원 배분 논리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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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또한 SEC가 제안한 규정들이 암호화폐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코인베이스의 주장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SEC가 최근 투자 자문사들에게 암호화폐를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수탁기관에 보관하도록 요구한 점이 대표적이다. 코인베이스는 이러한 규정이 암호화폐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판결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된 스테파노스 비바스 판사는 별도의 의견을 통해 "기존 규제가 신기술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SEC가 암호화폐 기업들을 반복적으로 소송에 끌어들이면서도 법적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 행태가 "중대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비바스 판사는 "적법 절차는 공정한 통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SEC의 행동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 폴 그레왈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법원 판결을 스포츠에 비유하며, "심판이 경고만 줄 것이 아니라, 왜 경고를 주는지와 이후 진행 상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SEC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을 검토하고 적절한 다음 단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블록은 2023년 워싱턴 D.C. 항소법원이 SEC의 그레이스케일(Grayscale) 비트코인 ETF 신청 거부 사유를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고 판단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판결이 SEC의 암호화폐 규제 접근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