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5일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이정표를 세웠다. 연합뉴스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11시 38분 기준 10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정오에는 11만 1,553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변화 가능성과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요인이 결합하며 투자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전략적 비축과 가상화폐 규제 완화를 공약하며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또한,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폴 앳킨스를 지명하면서 정책적 변화를 시사했다. 이 같은 소식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촉매제로 작용하며 투자 심리를 더욱 강화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암호화폐 친화적 입장을 공언하며,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점이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올해 초 5만 달러 아래에서 시작해, 대선 승리 이후 한 달 만에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약 45% 상승했다. 특히, 10만 달러 돌파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암호화폐가 주류 자산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하며,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있다.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로의 자금 유입과 채굴량이 4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하는 '반감기' 효과는 비트코인의 장기적 가치를 지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미국 내 재정적자 확대와 이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도 비트코인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평가하며,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비트코인을 통화 가치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평가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강화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반영되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12월 5일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1억 4,466만 원으로, 전일 대비 4.26% 상승했다. 이는 최근 50일간 최저가인 10월 17일 9,173만 원과 비교하면 약 57.7% 오른 수치다. 이더리움도 같은 기간 상승세를 유지하며 12월 5일 기준 5,403,000원을 기록, 전일 대비 소폭 상승했다. 다만, 도지코인은 최근 50일간 176.3원에서 613.8원으로 248.2% 급등하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리플(XRP)은 지난달 급등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3,186.0원으로 거래됐다. 하지만 11월 4일 최저가인 700.0원과 비교하면 355.1%나 오른 상태로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제프 켄드릭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의 랠리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연말까지 12만 5천 달러, 내년 말까지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기관 투자자들의 주요 자산으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가격 급등이 과도한 투기 심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정책 변화 등 외부 요인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단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비트코인의 10만 달러 돌파는 단순히 가격 상승을 넘어, 암호화폐가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기존 자산군과 경쟁하며, 제도적 지원과 규제 변화 속에서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들은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암호화폐의 미래를 결정지을 주요 변수들에 대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