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들 "정치적 불확실성의 파장,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그림자"…계엄사태 여파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미 수출 둔화와 글로벌 경기 하락 전망 속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추가되며, 한국 주식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 둔화와 D램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경제 정책 불확실성과 맞물려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강달러, 높은 금리, 관세 리스크와 같은 글로벌 경제적 역풍이 한국 경제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2025년까지도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도 뚜렷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이를 재평가할 만한 명확한 계기가 부재한 상황에서 낮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금리와 경기 순환, 경제 정책 불확실성 충격이 한국 기업의 실적 리스크를 키우며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IB들 "정치적 불확실성의 파장,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그림자"…계엄사태 여파 크다
연합뉴스

모건스탠리도 유사한 견해를 제시하며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비상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출 약세와 소비 회복 지연이라는 기본적 경제 전망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탄핵 가능성과 대통령 교체가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심화시키며 내수와 투자 활동의 하방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계 CLSA는 한국 주식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더욱 강조했다. CLSA는 "비상계엄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미 실망스러운 흐름을 보인 한국 주식에 또 다른 정치적 리스크가 더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노출액)를 줄일 것을 제안했다. 이 조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하며, 사실상 즉각적인 매도를 권장하는 의견을 냈다.

바클레이즈 역시 정치적 불안정성이 내년도 예산 승인 지연 등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클레이즈는 "내수 회복에 하방 위험이 존재하며, 정치적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원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트럼프 관세'에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히며,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해 추가적인 부담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이러한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내외부적으로 경제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상계엄 해제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경제 정책과 정치적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경제 회복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도전은 단순히 수출 둔화나 글로벌 경기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추가되며 한국은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IB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