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재고 증가·금리 인하 기대 후퇴에 하락…WTI 1.7%↓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유가가 하루 만에 급등세를 접고 다시 하락했다. 미국 휘발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증가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유가에 하방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02달러(1.73%) 내린 배럴당 58.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물도 1.03달러(1.66%) 하락한 배럴당 61.1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WTI와 브렌트유는 미국 셰일업계의 감산 기대가 부각되면서 3% 넘게 상승했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WTI는 뉴욕 거래가 본격화되자 하락 반전했다. 이후 연준의 금리 동결 발표와 함께 낙폭을 더욱 키웠다. 시장에서는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FFR) 목표 범위를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동결은 시장의 예상대로였지만,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신호를 기대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다른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당분간 정책 기조에 대한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명확성이 커질 때까지 기다릴 좋은 위치에 있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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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저장시설 모습 / 연합뉴스

달러화는 이러한 연준의 입장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원유는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비달러화 국가들의 원유 구매 비용이 높아져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날 달러화 강세 역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 통계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203만2천배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약 170만배럴 감소를 예상했으며, 이는 시장 기대보다 더 큰 폭의 감소였다. 하지만 휘발유 재고는 오히려 18만8천배럴 증가했다. 2월 말 이후 9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던 흐름이 끊긴 것이다. 시장은 휘발유 재고가 150만배럴가량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타났다.

휘발유 재고 증가는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통상적으로 운송 및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을 앞둔 시기에 휘발유 재고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결과는 소비 둔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요 전망도 다소 악화됐으며, 이는 유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졌다.

전날까지 고조됐던 셰일업계 감산 기대는 이날 시장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회담 재개 기대감이 장 초반을 지탱했지만, 연준의 금리 동결과 파월 의장의 신중한 발언이 시장의 무게중심을 다시 하락 쪽으로 이동시켰다.

결국 이날 뉴욕유가는 휘발유 재고 증가,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달러화 강세라는 삼중 악재 속에 하락 마감했다. 향후 유가 흐름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행 상황,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 그리고 원유 수급지표 변동성에 따라 추가적인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