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계열사 한화엔진을 통해 약 10년 만에 중속엔진 시장 재진입을 추진 중이다.
이는 그룹 차원의 방산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과 HD현대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도에 대한 견제 의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속엔진은 1000~3000rpm 사이로 작동하는 엔진으로, 주로 중형 선박, 발전기, 군함 등에 사용된다. 연료 효율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장시간 운전이 필요한 산업용에 적합하다.

지난 28일, 한화엔진은 중속엔진 시장 재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HSD엔진 시절 확보했던 중속엔진 관련 기술과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엔진의 움직임은 방산 사업을 핵심으로 삼은 그룹 경영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한화그룹은 수년 전부터 방산 중심 그룹 재편을 진행해왔고, 2022년 1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했으며, 2023년에는 ㈜한화의 방산 부문을 통합하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해 해양 방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한화오션을 앞세워 미국 군함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호주 조선사 오스탈 인수도 추진 중이다. 만약 한화엔진이 중속엔진 확보에 성공하면, 군함 건조에 필요한 엔진을 자체 생산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방산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이 장악하고 있는 중속엔진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HiMSEN)'으로 글로벌 중속엔진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엔진의 재진입은 이러한 HD현대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편 한화엔진은 과거 HSD엔진 시절이던 2007년 중속엔진 시장에 진입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주가 급감해 2016년 사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이번 재진출은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방산과 조선을 연계하는 전략적 시각 아래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