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피서 9개월간 39조 원 순매도…지분율 31%대로 하락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9개월 연속 39조 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해 외국인 지분율이 31%선까지 떨어졌다. 관세 협상 등 불확실성 완화에도 이달 순매도액이 10조 원 안팎에 달하면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26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7,93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써 월간 기준으로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12조5,550억 원) 다음인 역대 2위 월간 순매도 규모가 유력해졌다.

"외국인,
외국인, 코스피서 9개월간 39조 원 순매도…지분율 31%대로 하락

외국인 순매도는 9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6월부터 2008년 4월까지 11개월간의 최장 기록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순매도 기간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7월 말 35.65%에서 24일 기준 31.52%까지 낮아졌다. 이 수치는 2023년 8월 30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누적 순매도액은 38조9,354억 원에 달한다.

외국인 순매도 물량의 상당 부분은 대형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누적 순매도액은 24조4,349억 원으로, 순매도 2위인 ‘현대차’(2조888억 원)의 12배에 육박했다. 56.48%였던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율은 50.00%까지 하락했으며, 지난 2월 일시적으로 5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 수급 악화는 미국의 관세 정책, 1분기 기업 실적, 정치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우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이달 19거래일 중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가 있던 10일(3,286억 원 순매수)과 25일(6,146억 원 순매수)을 제외하고 17일간 순매도를 지속했다.

이달 초중순에는 1조 원대 이상 순매도가 반복됐으며, 7일에는 하루 순매도 규모가 2조 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월말로 접어들며 하루 순매도액이 1,000억~2,000억 원대로 줄어드는 모습도 나타났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주식시장에 한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된 원화 채권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과 금리·달러 변동성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가 원화 채권 매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 회복 시 한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복귀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관세 협상 진전과 1분기 실적 호조, 환율 하락 등을 외국인 수급 개선 신호로 언급했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 흐름이 외국인 매수 유인을 형성하고 있으며, 향후 수급 개선 국면에서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 재개가 시간 문제라며, 외국인이 주로 팔았던 상사·자본재·조선 등 산업에서 순매수 전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실적발표 기간 이익 가시성이 높은 수주 중심 산업에 베팅하는 경향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지수의 추가 반등과 외국인 수급 회복 여부는 향후 환율,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 주요 산업 실적 등에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