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케미칼, 나트륨 배터리 시대 준비…"하드카본"으로 미래 먹거리 노린다

애경케미칼은 나트륨이온 배터리(SIB) 상용화에 대비해 음극재용 하드카본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출처: 애경케미칼"
출처:애경케미칼

2008년 애경케미칼 연구진은 폴리우레탄 레진에 발포제를 주입해 방수제인 발포우레탄폼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었다. 열처리를 위해 여러 온도로 실험하던 중 특정 온도에서 폴리우레탄 레진이 연소되고 검은 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폴리우레탄의 30%를 구성한 탄소만 결정 형태로 남고 다른 원소는 연소된 '하드카본'이었다. 이때부터 애경케미칼은 음극재로서 하드카본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 양산을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애경케미칼은 석유화학 기반에서 바이오매스 기반으로 원료를 전환한 데 이어 원가·효율 면에서 차별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 음극재용 하드카본을 출시한 이후 원가 절감을 위한 새 원료 개발에 주력했다. 지난해에는 바이오매스 기반 고성능 하드카본 'AHC-3 버전1'을 내놓았다. 방전용량과 효율이 각각 300㎃h/g, 90%를 넘겼다. 원가는 초기보다 20% 수준까지 낮췄으며 흑연 음극재와 유사한 수준까지 절감한다는 목표다.

11월에는 'AHC-3 버전2'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방전용량은 320㎃h/g로, 효율은 92%까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버전2의 특장점은 균질한 결정 구조다. 경쟁사의 하드카본은 깨진 유리파편처럼 단면이 거친 형태를 띤다. 이로 인해 음극을 만들기 위해 집전체에 하드카본을 코팅할 때 하드카본이 떨어져나가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결정의 크기가 들쭉날쭉해서 일정한 효율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반면 애경케미칼의 버전2는 구형에 가까워 코팅이 쉽고 균일한 성능 발휘가 가능하다.

애경케미칼은 SIB 기반 ESS(에너지저장장치)가 2027년쯤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SIB는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배터리 부피가 커진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인 나트륨을 사용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에 적용이 어려웠던 이유다. 하지만 ESS는 이같은 단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애경케미칼은 시장 개화에 준비하기 위해 올해 말 버전2 양산을 시작한 뒤 2026년에는 증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애경케미칼은 석유화학 기업이지만 배터리 사업을 통해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소재 사업은 어느 정도 기술력을 확보해도 단가가 높아서 못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애경케미칼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