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중국 관세 인하 검토가 남긴 찜찜함…나스닥·테슬라·엔비디아·아이온큐 강세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인하 검토 발언이 시장에 강한 파장을 남기며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환호와 불신이 뒤섞인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묘하게 흔들렸다. 관세 인하 기대감이 시장을 끌어올렸지만, 이에 따른 신뢰 훼손 우려도 함께 부각된 것이다.

S&P 500은 전장보다 88.06포인트(1.67%) 오른 5,375.82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무려 407.63포인트(2.50%) 급등한 16,708.05에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역시 419.59포인트(1.07%) 상승한 39,606.57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100도 2.28% 오르며 18,693.26을 기록했고,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 2000도 1.47% 올라 1,916.79를 나타냈다. 반면,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6.93% 급락한 28.45로 나타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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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트럼프의 유화적인 대중 메시지가 있었다. 그는 연준 의장 파월의 금리 정책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길 바란다"고 언급했고, 중국과의 무역관계에 대해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관세 인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시사했다. 한때 대중 관세를 50~65%까지 내리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나스닥은 장중 4.47%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백악관과 재무부가 트럼프의 발언을 일부 진화하면서 기대감은 반감됐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이 합의에 응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확하다"며, 일방적인 관세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이같은 혼선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했고, 지수 상승폭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리스크보다 기회를 더 크게 본 듯하다. '매그니피센트7'으로 불리는 빅테크 주가들이 일제히 상승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특히 아마존과 메타는 4% 이상 급등하며 기술주 강세를 주도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 뛰며, 반도체 전반의 상승을 이끌었다. 브로드컴, TSMC, AMD, Arm, 인텔 등이 5% 안팎으로 오르며 반도체 섹터에 다시 불을 지폈다.

테슬라는 실망스러운 1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5.37% 급등했다. 일론 머스크 CEO에 대한 비판이 거셌지만, 시장은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에 주목하며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 보잉 역시 1분기 순손실에도 6% 가까이 급등했는데, 이는 FAA에 737 맥스 기종의 생산 확대 승인을 요청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서학개미들의 투자 성향도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4월 22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종목에 대한 보관금액 총액은 102조 1,447억원으로, 이전 거래일 대비 3조 8,095억원 증가했다. 이는 미국 시장의 강세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음을 방증한다. 특히 테슬라와 엔비디아, 아이온큐와 같은 기술주 및 고변동성 종목에 대한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테슬라는 5.28% 오르며 보관금액이 10,220억원 증가해 23조 2,214억원에 달했고, 엔비디아는 3.86% 상승하며 3,463억원이 유입돼 13조 2,326억원에 도달했다. 이 외에도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A, 디렉션 반도체 3X ETF, 인베스코 QQQ,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등 다양한 종목이 두 자릿수 또는 고점 대비 강한 상승을 기록하며 서학개미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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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서학개미 투자 종목 보관금액 및 시세

환율 측면에서는 달러당 1,427.5원으로, 비교적 강세가 유지되면서 원화 투자자들의 환차익 기대도 일부 반영됐다. 반면 민간 경기 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4월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1.4로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하며 둔화 조짐을 보였다. 제조업 PMI는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미흡한 수치였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도 커졌다. 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6월 말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41.1%로 전일 대비 10%포인트 상승했고, 25bp 인하 확률은 55.5%로 전날보다 다소 하락했다.

이번 증시 흐름은 긍정적인 기대감과 불확실성 우려가 혼재한 채 전개됐다. 트럼프의 입장이 관세 완화로 기울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희소식이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신뢰 훼손과 정책 일관성 결여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이 틈을 활용해 저점 매수에 나섰고, 이는 주가 상승의 주요 원동력이 됐다. 다만 향후 미중 관계의 구체적인 변화 없이는 불안정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트럼프의 발언 하나에도 출렁일 만큼, 정책 신뢰와 외교적 명확성에 목마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