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가상자산 범죄가 마약, 사기 등 모든 유형의 범죄와 연관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오프체인에서는 마약 거래와 자금세탁 수단으로 가상자산이 쓰이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청은 텔레그램 마약 거래 채널을 개설하고 가상자산을 활용해 50억원 상당의 마약을 해외에서 국내로 유통한 범죄 조직을 검거했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코리아 지사장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가상자산 범죄는 더 이상 가상자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범죄와 연관된다"며 "앞으로도 경찰청 같은 법 집행 기관은 물론 주요 거래소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가상자산 생태계에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자금 수단으로달러를 대신해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이클 그로내거 체이널리시스 CEO는 "달러가 범죄에 여러모로 쓰이지만,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가상자산 범죄 활동에서 보면 비트코인, 이더리움보다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가상자산을 일컫는다. 변동성이 적어 가격 안정성이 담보되며 이러한 특성으로 새로운 송금,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체이널리시스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가상자산 범죄 또한급증할 것으로내다봤다. 그로내거 CEO는 "스테이블코인은 범죄 추적성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달러보다 훨씬 추적이 쉽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은 모든 범죄 요소에 활용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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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도난자금 피해가 중앙화 서비스에 집중돼 국내 거래소들의각별한 대응이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백 지사장은 "트렌드 그래프를 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피해 자산 유형은 탈중앙화 금융, 중양화 서비스 비율이 각각 반반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거래소들은 해킹 등 공격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안과 관련해서 국내 거래소들의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하다고 했다. 백 지사장은 "빗썸의 경우 자체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대략 15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지만, 보안이란 것은 애초에 완벽할 수 없고 솔루션 하나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며 "충분한 보안 인력을 갖춰야하며 제1 금융권 수준의 보안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도입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백 지사장은 "보호법 시행으로 시장 안정성과 건전성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향후 가상자산 시장을 더욱 합법화해 규정을 준수하는 서비스로의 유입을 늘리고 불법 활동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침체된 크립토 윈터를 지나 호황기를 뜻하는 크립토 스프링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체이널리시스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국가별 가상자산 예상 수익에서 한국은 10억 4000만 달러(약 1조3923억원)의 수익을 실현, 전 세계 순위 8위를 차지했다.
그로내거 CEO는 "한국은 민간 부문에 더 큰 투명성을 제공하고 이용자를 위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핵심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며 "북한의 지속되는 사이버 위협에 민관이 협력해 대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한국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