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액이 1년간 22조9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자사주 소각 역시 19조6천억 원에 달하는 등 주주환원 노력이 크게 확대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들이 공시한 자사주 취득결정 금액 합계는 22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8조 원이 몰려 취득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결정액 역시 같은 기간 19조6천억 원으로, 2018~2023년 연간 1조~6조 원대 대비 대폭 확대됐다. 2024년 1분기 소각액만 12조 원으로, 연간 총액인 13조9천억 원에 근접했다. 이는 밸류업 가이드라인 시행을 전후로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5월 2일 정부가 상장사에 기업가치 제고계획 자율 공시를 권고한 이후, 자사주 취득·소각 외에도 밸류업 공시 기업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본공시 기업은 2023년 2분기 3개사에서 3분기 11개사, 연말 80개사로 확대됐고, 올해 1분기엔 31개사, 2분기에도 18개사가 공시에 참여했다.
반면, 상장사 저평가 현상은 여전히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기준 KRX 정보시스템에서 PBR을 산출한 상장사 812곳 중 PBR 1배 미만 기업이 565곳(69.58%)에 달해, 1년 전 66.29%보다 저평가 비중이 오히려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종목 수도 올해 5월 정기 리뷰에서 14일 기준 편출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1년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23년 2월 99개였던 지수 구성 종목은 올해 2월 81개까지 줄었다. 이로 인해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도 3월 기준 9% 이하로 떨어졌다.
증권업계는 단기적 주주환원 확대만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법적 기반 강화와 함께 이사회 의무 강화 등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국회가 주주권 강화 관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 거부권 행사로 시행이 미뤄진 바 있다.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은 “낮은 PBR, 불투명한 지배구조, 단기성 주주환원 등 구조적 저평가 요인 해소가 중요하다”며 “근본적 변화 없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오는 5월 MSCI 리밸런싱, 상법 개정 논의 등 정책 진행 상황에 따라 관련 제도의 실질적 개선 여부와 시장 평가 반등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