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언 완화에 코스피 반등…외인, 한미반도체·삼성SDI·한국전력 등 순매수

코스피가 오랜만에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2,520선을 회복했다. 4월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7% 상승한 2,525.5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달 1일 이후 처음으로 2,520선을 웃도는 마감이며,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된 덕분이다.

장 초반부터 투자심리는 고조됐다. 지수는 33.92포인트(1.36%) 오른 2,520.56으로 출발했고, 이후에도 1%대 상승폭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강세장을 펼쳤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 주요 호재로 작용했다. 백악관 관계자들도 잇달아 시장 친화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위험회피 심리가 다소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커지기 전에 백악관이 선제적으로 수습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연준의 금리 정책과 미중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수급 동향을 보면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6,861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 상승을 주도했고, 외국인은 1,96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선물시장에서는 4,928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현선물 통합 기준 약 3천억 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개인은 5,490억 원을 순매도하며 이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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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투자자별 매매동향

한 달 기준으로도 기관은 3조 9,504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2조 3,548억 원을 순매도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개인은 6조 3,117억 원을 순매수해 최근 주도적인 수급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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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투자자별 일별 매매동향 / 한국거래소

이날 외국인은 한미반도체(471억 원), 삼성SDI(355억 원), 한국전력(197억 원), LG에너지솔루션(153억 원), 에코프로(151억 원), 한화오션(150억 원) 등을 순매수했다. 반면 삼성전자(819억 원), SK하이닉스(552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집중 매도했다. 이는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차익실현 성격의 물량 출회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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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외인 매수/매도 종목

기관의 투자 패턴은 외국인과는 사뭇 달랐다. SK하이닉스(1,692억 원), 삼성전자(835억 원), 기아(350억 원) 등 주요 IT 및 자동차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가 두드러졌고, HD현대일렉트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일부 중소형주는 순매도했다. 기관은 실적 안정성과 중장기 성장성에 무게를 둔 선택적 접근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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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기관 매수/매도 종목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에 걸쳐 훈풍이 불었다. 삼성전자(1.27%)와 SK하이닉스(4.14%)를 비롯해 한미반도체(14.29%)와 디아이(4.40%) 등 반도체주가 분위기를 이끌었고, 테슬라 주가 반등에 힘입어 LG에너지솔루션(5.12%), 삼성SDI(7.39%), LG화학(3.94%) 등 2차전지주도 동반 급등했다. 자동차 섹터에서는 현대차(2.37%), 기아(3.69%), 현대모비스(4.56%) 등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위험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방어주로 분류되는 한국전력(-0.59%), KT&G(-1.40%), SK텔레콤(-2.04%) 등은 약세로 돌아섰다. 이는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스닥 시장 역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1.39% 상승한 726.08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42억 원, 32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개인은 679억 원을 순매도했다. 종목별로는 에코프로비엠(6.98%), 에코프로(4.97%), 엔켐(10.01%) 등 2차전지 관련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주성엔지니어링(7.93%), HPSP(3.93%) 등 반도체 장비주, HLB(4.49%), 셀트리온제약(3.40%) 등 제약주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네이처셀(-8.27%), 실리콘투(-4.37%), 보로노이(-2.88%) 등 일부 바이오주는 하락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7조 7,319억 원, 6조 6,255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은 3조 9,165억 원에 달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일과 같은 1,420.6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