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주가 23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우려가 완화됐다는 소식에 힘입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4.14% 오른 18만1천 원에 거래를 마치며 18만 원 선을 6거래일 만에 재돌파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한때 18만1천6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27% 상승한 5만5천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미반도체 또한 14.29% 급등하는 등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HPSP가 3.83%, 이오테크닉스가 4.87% 오르는 등 기술주 전반이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전일 밤 엔비디아(2%대 상승), 브로드컴(2.0%), TSMC(2.4%)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오름세를 기록했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1% 상승했다.
관세 불확실성 완화 기대는 미 재무부 스콧 베선트 장관의 발언에 기인했다. 그는 JP모건체이스가 개최한 투자자 회의에서 중국 관세 관련 갈등이 완화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 대중 관세율) 145%는 매우 높고 그것은 매우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불안 심리가 더욱 진정됐다. 이에 기술주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도 다시 올랐다.
다만 국내 증권가는 장단기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안주하기보다 기업 실적과 주요 경제지표를 동시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품목을 둘러싼 관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베선트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에 단기적 호재이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업 가치와 경제 지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관세 이슈는 언제든 재부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동시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819억 원어치, SK하이닉스 552억 원어치를 처분하면서 나란히 순매도 1, 2위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오는 24일 예정된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컨센서스(6조6천억 원)를 상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실제 실적과 기업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9시로 예정된 한미 관세 협상 또한 주요 변수다. 우호적 결과가 도출될 경우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반대로 협상 결렬 시 관세 우려가 재부각될 소지가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관세 협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반도체주 낙폭 과대 종목을 중심으로 추가 기대감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