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4월 16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으로 폭락세를 연출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시장을 견인하던 기술주의 추락과 더불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의 발언은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이날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0.89포인트(-2.24%) 하락한 5,275.74를 기록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무려 516.01포인트(-3.07%) 빠진 16,307.16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699.57포인트(-1.73%) 하락한 39,669.39로 마감하며, 3대 지수 모두 급락세로 하루를 끝냈다.

하락폭이 가장 컸던 나스닥은 기술주 전반의 투매 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특히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로 중심에 섰다.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 칩을 비롯해 AMD의 MI308 등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 수출 제한 품목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성능을 낮춰 규제를 우회하던 엔비디아에 직격탄이었고, 회사는 회계연도 1분기에만 약 55억 달러(약 7조8천6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10% 넘게 급락한 뒤 -6.87%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파월 의장의 발언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는 연준의 최우선 과제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고정에 있다며, 시장에 대한 즉각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연준 풋'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자 나스닥은 장중 한때 4.5% 넘게 빠졌고,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속히 냉각됐다. 파월은 "시장 변동성은 자산 가격에 자연스레 반영되는 것"이라며 연준이 지금 개입할 상황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날 발표된 3월 소매판매 지표는 전월 대비 1.4% 증가하며 소비 회복세를 시사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자동차 구매가 몰렸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자동차 및 부품 판매는 전월 대비 5.3%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8.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의 주요 투자 종목도 대부분 하락했다. 4월 15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미국 상위 50개 종목의 보관금액 총액은 105조2,923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 대비 7,271억 원 증가했으나, 이는 기존 매수세의 반영일 뿐, 이날 시장 급락에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보관금액 기준 상위 종목 중 테슬라는 주가가 4.93% 하락해 241.57달러를 기록했고, 엔비디아는 104.49달러로 6.87% 빠졌다. 애플(-3.89%), 마이크로소프트(-3.66%), 팔란티어(-5.73%), 알파벳A(-1.91%), 아마존(-2.89%) 등 빅테크 전반이 줄줄이 하락했다. ETF 상품인 울트라프로 QQQ(-9.04%), 인베스코 QQQ(-3.02%),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11.89%) 등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AI 및 반도체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10% 하락하며 이날 시장 분위기를 대변했다.
ASML은 1분기 수주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며 7% 넘게 빠졌고, AMD 역시 일부 AI 칩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7%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 외에도 메타(-3.68%), 브로드컴(-2.41%), 마이크로스트래티지(+0.3%), 리얼티인컴(+0.44%) 등 상하방 종목이 엇갈렸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2.52포인트(8.37%) 올라 32.64를 기록했고, 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27.3%로 유지됐다. 연준의 50bp 인하 가능성도 파월의 매파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11.2%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미국과의 무역 협상 개시에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협상 대표를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식 협상 방식과는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시장은 엔비디아에 대한 규제 강화와 파월의 비개입 시그널이라는 원투펀치에 넉다운된 셈이다. 특히 기술주 비중이 확대된 S&P500 구성상, 변동성은 더욱 크게 나타났고,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연준의 스탠스를 재확인하며 주식 비중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